자동차세 배기량 기준, 6,330만원 수입차가 국산차와 같은 세금을 내는 이유
1. 자동차세 배기량 기준은 1991년 개편 때 정해진 틀입니다. 비영업용 승용차는 1,000cc 이하 cc당 80원, 1,600cc 이하 140원, 1,600cc 초과 200원이고,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정액 10만원입니다.
2. 그래서 취득가 6,330만원짜리 수입 중형차(1,995cc)와 2,788만원짜리 국산 중형차(1,999cc)가 사실상 같은 세금을 냅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든 예시로 각각 399,000원과 399,800원입니다.
3. 바꾸자는 논의는 2023년부터 있었지만 진도가 안 나갑니다. 한미 FTA 협정문에 배기량 기준 조세를 손대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어, 국회예산정책처는 개편에 FTA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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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배기량 기준은 1991년에 정해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내는 자동차세는 두 종류입니다. 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내는 소유분 자동차세와, 휘발유·경유를 넣을 때 교통·에너지·환경세에 얹혀 따라 붙는 주행분 자동차세입니다. 흔히 "6월과 12월에 고지서가 오는 그 세금"이라고 부르는 것이 소유분입니다.
소유분 자동차세의 과세 기준이 배기량이 된 것은 1991년 자동차세 개편 때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그 뒤로 승용차 세율은 여러 차례 구간이 줄고 세율이 내려갔는데, 그 이유가 국내 정책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과의 자동차 통상 마찰, 1998년 한·미 자동차 통상협정, 2012년 한·미 FTA 발효가 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7개 구간에 최고 cc당 630원이었던 것이 지금의 3개 구간·최고 200원까지 내려온 과정입니다.
지금 세율표 — 80원·140원·200원, 그리고 전기차 10만원
현행 「지방세법」 제127조가 정한 승용자동차 세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배기량에 cc당 세액을 곱한 값이 1년치 본세입니다.
| 구분 | 비영업용 | 영업용 |
|---|---|---|
| 1,000cc 이하 | cc당 80원 | cc당 18원 |
| 1,600cc 이하 | cc당 140원 | cc당 18원 |
| 2,000cc 이하 | cc당 200원 | cc당 19원 |
| 2,500cc 이하 | cc당 19원 | |
| 2,500cc 초과 | cc당 24원 | |
| 그 밖의 승용자동차 전기·태양열·알코올 자동차 | 연 100,000원 | 연 20,000원 |
여기에 지방교육세 30%가 따로 붙습니다. 2,000cc 국산 중형차(1,999cc)라면 본세 399,800원에 지방교육세 119,940원이 얹혀 연 519,740원이고, 전기차는 10만원에 3만원이 붙어 13만원입니다.
취득가 6,330만원과 2,788만원이 같은 세금을 냅니다
문제는 이 표가 차값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7월에 낸 「자동차세 과세 현황과 개선과제」는 실제 판매 중인 모델로 이 어긋남을 보여 줍니다.
| 차량 | 배기량 | 취득가액 | 소유분 자동차세 |
|---|---|---|---|
| 수입 중형차 | 1,995cc | 6,330만원 | 399,000원 |
| 국산 중형차 | 1,999cc | 2,788만원 | 399,800원 |
| 국산 터보 | 1,598cc | 2,854만원 | 223,720원 |
| 전기차 | — | 5,199만원 | 100,000원 |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이라도 터보를 얹어 배기량을 줄이면 세금이 내려갑니다. 국산 터보(1,598cc)는 차값이 국산 중형차보다 오히려 비싼데 세금은 56% 수준입니다. 배기량이 곧 차의 값어치라는 전제가 이미 기술적으로 깨져 있다는 뜻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두고 배기량 기준이 "재산과세적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조세부담의 역진성이 발생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전기차 109만대가 만든 구멍
전기차에는 배기량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방세법」 시행령이 정한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묶여 정액 10만원만 냅니다. 문제는 이 분류가 만들어질 때 전기차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2026년 6월 말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109만 5,218대로 처음 100만대를 넘었습니다. 전체 자동차 2,667만 6,359대의 4.1%입니다. 하이브리드·수소차까지 합친 친환경차는 395만 3,287대로 전체의 14.8%이고,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23%였습니다.
세수 쪽에서는 이미 신호가 나옵니다. 자동차세 징수액은 2021년 8.4조원에서 2022~2023년 7.3조원으로 내려갔고 2024년은 7.5조원(잠정)이었습니다. 이 감소는 대부분 주행분에서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 주행분은 4.0조원에서 2.8조원으로 1.2조원 줄었습니다. 전기차는 주행분 자동차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전기·수소차 비중이 85%까지 올라가면 2050년 자동차세수는 지금의 69% 수준으로 내려간다는 추정도 인용돼 있습니다.
배기량 기준을 못 바꾸는 진짜 이유 — 한미 FTA 협정문
고쳐야 한다는 말은 오래 나왔습니다. 2023년 대통령실 국민참여토론에서는 총 1,693표 중 1,454표(86%)가 과세 기준 개선에 찬성했고, 대통령실은 행정안전부 등에 배기량 기준을 차량가액 등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개편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목한 걸림돌은 2011년 한·미 FTA 협정문입니다. 협정문에는 "대한민국은 차종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차량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과세 기준을 손보려면 FTA 개정과 미국과의 협의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2023년 정부가 자동차세 개편계획을 세웠으나 한미 FTA 개정 및 관세 정책 등으로 현재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정리하면 이 문제는 기술적 계산 문제가 아니라 통상 협상 문제입니다. 국내에서 합의가 되더라도 그다음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나
같은 보고서가 소개한 해외 사례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미국은 주(州)마다 달라서 정액 과세, 차량 가격, 중량 등 다양한 기준을 씁니다. 덴마크·독일·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매깁니다.
전기차가 도로를 쓰면서 유류세를 내지 않는 문제도 별도로 다룹니다. 미국은 2025년 5월 기준 39개 주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에 추가등록비를 물리고 있고, 하와이·펜실베이니아·유타 등은 실제 주행거리에 비례해 부담하는 주행거리세를 시행 중입니다. 연료 소비에 얹던 세금을 주행 자체로 옮기는 방식입니다.
지금 줄일 수 있는 것 — 차령 경감과 연납 공제
기준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미 적용되는 감면이 둘 있습니다.
첫째는 차령 경감입니다. 2001년부터 비영업용 승용차는 차령 3년째부터 매년 5%씩 세액이 줄고, 12년 이상이면 50%에서 멈춥니다. 신청할 필요 없이 고지서에 자동 반영됩니다.
| 차령 | 3년 | 5년 | 7년 | 9년 | 12년 이상 |
|---|---|---|---|---|---|
| 경감률 | 5% | 15% | 25% | 35% | 50% |
둘째는 연납 공제입니다. 1년치를 미리 내면 공제를 받는데, 공제율은 계속 낮아졌습니다. 2022년까지 10%, 2023년 7%, 2024년부터 5%입니다. 게다가 이 5%는 남은 기간에만 적용돼서, 1월에 연납해도 실제 할인은 5%보다 조금 낮습니다. 1월분은 이미 지난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정리
자동차세 배기량 기준은 1991년의 자동차 시장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사이 엔진은 작아졌고, 배기량이 아예 없는 차가 109만대를 넘었습니다. 기준과 현실의 간격은 계속 벌어지는데, 그 간격을 좁히는 열쇠가 국내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지금 상황의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기량이 같으면 국산차와 수입차 자동차세가 정말 같나요?
같습니다. 세액은 배기량 × cc당 세액으로만 계산하고 차값·브랜드·원산지를 보지 않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시에서 취득가 6,330만원 수입차(1,995cc)가 399,000원, 2,788만원 국산차(1,999cc)가 399,800원으로 오히려 국산차가 800원 더 많았습니다.
Q. 전기차 자동차세 10만원은 앞으로도 유지되나요?
현행 「지방세법」상으로는 유지됩니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전기차가 주행분 자동차세를 전혀 부담하지 않는 점을 들어 도로 사용·환경 비용에 대한 새로운 부담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개편 시점이나 방식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Q. 자동차세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 있나요?
제도상 두 가지입니다. 차령 3년째부터 자동으로 붙는 경감(최대 50%)과, 1년치를 미리 내는 연납 공제(2024년부터 5%)입니다. 연납은 1월·3월·6월·9월에 신청할 수 있고 늦게 신청할수록 공제 대상 기간이 짧아져 할인액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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