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차입매수 10년 — 이자 2조 6,942억이 남긴 것

홈플러스 인수 10년 비교 - 2015년 인수대금 7조 2,000억, 10년간 이자 2조 6,942억, 처분한 토지·건물 2조 3,235억, 연간 임대료 2015년 2,459억에서 2023년 4,292억

1. 홈플러스 차입매수는 2015년 7조 2,000억 원짜리 거래였고, 그 대금의 상당 부분이 빌린 돈이었습니다. 담보는 홈플러스가 가진 점포 부동산이었습니다.

2. 이후 10년간 이자로 나간 현금이 2조 6,942억 원, 처분한 토지·건물이 장부금액 기준 2조 3,235억 원입니다. 연간 임대료는 2,459억 원에서 4,292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3. 같은 기간 같은 시장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늘었습니다. 온라인은 세 회사에 똑같이 왔습니다. 갈린 것은 업태가 아니라 재무구조였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의 투자·구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차입매수, 2015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홈플러스 차입매수를 이해하려면 2015년 9월로 가야 합니다. 영국 테스코가 보유하던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주도 컨소시엄에 약 7조 2,000억 원에 팔렸습니다.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로 기록됐습니다.

핵심은 그 돈의 출처입니다. 인수 측이 자기 자본으로 전액을 낸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을 금융권에서 빌렸고, 그 빚의 담보이자 상환 재원이 홈플러스 자신이 가진 점포 부동산이었습니다. 회사를 담보로 그 회사를 사는 방식, 즉 차입매수(LBO)입니다.

차입 규모는 보도마다 다릅니다. 4조 3,000억 원으로 적은 곳도 있고 2조 7,000억 원으로 적은 곳도 있으며, MBK 3호 펀드의 출자금이 약 3조 2,000억 원이었다고 전하는 자료도 있습니다. 공시로 한 값을 확정할 수 없어 이 글에서는 특정 숫자를 쓰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자료를 따르든 인수대금의 절반 안팎이 빌린 돈이었다는 점은 공통됩니다.

흐린 하늘 아래 올려다본 고층 오피스 빌딩

10년 동안 이자로 나간 현금 2조 6,942억 원

빚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바탕으로 한 집계에 따르면 인수 이후인 2016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홈플러스 계열이 이자 지급에 쓴 현금은 2조 6,942억 원입니다. 연평균 약 2,700억 원입니다.

인수 전과 비교하면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2012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홈플러스가 이자로 낸 현금은 연평균 940억 원 안팎이었습니다. 인수 전후로 이자 부담이 약 3배가 됐습니다.

이 돈의 성격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는 매장을 고치거나 가격을 낮추는 데 쓸 수 없는 돈입니다. 영업에서 번 현금이 있어도 먼저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입니다. 경쟁사가 같은 시기에 매장 리뉴얼과 온라인 물류에 쓴 돈을, 홈플러스는 이자로 냈습니다.

양팔 저울 위에 나뉘어 쌓인 동전 더미

점포를 팔고 그 자리에 월세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자를 감당하고 차입금을 갚기 위해 선택된 방법이 자산 매각이었습니다. 가진 부동산을 팔되, 그 건물에서 계속 영업해야 하니 판 뒤에 임차해 쓰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세일앤리스백이라고 합니다.

MBK 인수 이후 10년 동안 현금화된 토지·건물은 장부금액 기준 2조 3,235억 원 규모입니다. 시기별로는 2015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조 3,035억 원, 2019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조 199억 원이었습니다. 인수 직후인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1년 동안에만 5,684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결과는 임대료로 돌아왔습니다. 매각 전인 2015년 임대료는 2,459억 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4,292억 원이 됐습니다. 1,833억 원, 약 1.8배 늘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매각 후 재임차한 점포는 65개로 집계됐습니다.

항목 금액 기간
인수대금약 7조 2,000억 원2015년
이자 지급 현금2조 6,942억 원2016.1~2026.2
처분한 토지·건물2조 3,235억 원2015.3~2026.2
연간 임대료2,459억 → 4,292억 원2015년 → 2023년
세일앤리스백 점포65개2024년 기준 10년 누계

이 구조의 문제는 방향이 한쪽이라는 점입니다. 자산을 팔면 그 순간의 현금은 생기지만, 그 뒤로는 매년 임대료라는 고정비가 새로 붙습니다. 팔 수 있는 건물은 줄고 내야 할 월세는 늘어납니다.

같은 시장, 갈린 결과

대형마트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장보기 수요가 줄었고, 이 변화는 특정 회사만 겪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결과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이마트는 별도 기준 총매출 4조 7,152억 원(전년 대비 +1.9%), 영업이익 1,463억 원(+9.7%)을 기록했습니다. 별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1분기로는 8년 만의 최대치입니다. 롯데마트도 매출 1조 5,256억 원(+2.6%), 영업이익 338억 원(+20.2%)으로 늘었습니다.

같은 시장, 같은 온라인 압력 아래에서 한쪽은 이익이 늘고 한쪽은 법정관리로 갔습니다. 온라인만으로는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세 회사가 달랐던 것은 업태가 아니라, 번 돈에서 이자와 임대료로 얼마가 먼저 빠져나가느냐였습니다.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긴 상가 유리문

폐점 37개, 104개 매장이 67개가 되기까지

2025년 3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국내 대형마트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8일 회사는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고 나머지 67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점은 6월에 확정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4곳, 경기 8곳, 인천 5곳, 부산·경남 10곳, 대구·경북 5곳, 충청·전라 5곳입니다. 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그 안에 세들었던 임대매장과 협력업체 인력도 함께 일자리를 잃습니다.

상품이 빠져나간 대형마트 진열대를 지나는 직원

회생계획은 인가됐지만 방법은 다시 점포 매각입니다

2026년 9월 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습니다. 회생채권자 조에서는 총의결권액 약 2조 4,816억 원 가운데 약 1조 8,836억 원이 찬성해 동의율 75.9퍼센트를 기록했고, 회생담보권자 조와 주주 조는 각각 100퍼센트 찬성이었습니다. 가결 요건은 회생담보권자 조 75퍼센트 이상, 회생채권자 조 66.7퍼센트 이상, 주주 조 50퍼센트 이상입니다.

당장의 청산은 면했습니다. 다만 계획의 핵심 이행 수단은 다시 부동산입니다. 폐점이 확정된 37곳 가운데 자가 점포 19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선순위 담보채권을 우선 상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10년 전 빚을 갚기 위해 점포를 팔았고, 지금 그 빚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점포를 팝니다. 방법이 같습니다. 다른 점은 팔 수 있는 자산이 그때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야간 사무실 창가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사람

자주 묻는 질문

홈플러스가 무너진 것은 온라인 쇼핑 때문 아닌가요?

온라인 확산은 대형마트 전체에 온 변화입니다. 같은 기간 같은 시장에서 이마트는 2026년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이 9.7퍼센트, 롯데마트는 20.2퍼센트 늘었습니다. 온라인만으로는 결과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고, 이자와 임대료로 먼저 빠져나가는 고정비 규모가 달랐다고 보는 편이 자료에 부합합니다.

세일앤리스백은 잘못된 방법인가요?

그 자체로 위법하거나 비정상적인 거래는 아닙니다. 자산을 유동화해 단기 자금을 확보하는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매각 대금은 한 번 들어오고 임대료는 매년 나가므로,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이 수익성 개선에 쓰이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고정비만 남습니다. 홈플러스의 임대료는 2015년 2,459억 원에서 2023년 4,292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회생계획이 인가됐으니 이제 정상화된 것인가요?

인가는 계획대로 갚아 나갈 자격을 얻은 것이지 상환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계획에는 2028년 2월까지 자가 점포 19곳을 매각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고, 매각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출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전기차 잔존가치가 53%인 이유 — 배터리가 닳아서가 아닙니다

원두값은 29% 내렸는데 커피값만 올랐습니다 — 인상 사유서 4장을 숫자로 대조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 — 납품대금 5,032억이 2028년까지 0.5%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