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하가 안 되는 이유 — 한전 13조 흑자에도 동결, 2028년 한전채 한도 절벽
1. 한국전력은 2025년 매출 97조 4,345억 원, 영업이익 13조 5,24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그런데 2026년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습니다.
2. 부채가 206조 원이고 하루 이자만 약 119억 원입니다. 2021~2023년 누적 영업적자 47조 8,000억 원 중 36조 1,000억 원은 아직 메우지 못했습니다.
3. 결정적인 것은 날짜입니다.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려 준 조치가 2027년 말 끝나고, 2028년부터 한도가 다시 줄어듭니다. 지금 이익을 쌓아야 그때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의 투자·구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하가 안 되는 이유는 지난해 실적이 아닙니다
한국전력은 2025년 결산에서 매출 97조 4,345억 원, 영업비용 83조 9,097억 원, 영업이익 13조 5,24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1.7% 늘어난 창사 이래 최대치이고, 당기순이익도 8조 7,372억 원으로 141.2% 증가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요금 인상의 근거는 한전의 적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역대 최대 흑자를 낸 다음 해에는 요금이 내려가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2026년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됐습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5원으로 유지됐고,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주목할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분기에 공식에 따라 계산된 필요조정단가는 kWh당 −3.4원이었습니다. 계산상으로는 내려야 할 값인데 +5원이 유지된 것입니다. 요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연료비 계산식 바깥에 있다는 뜻입니다.
한전의 손익은 사 오는 값과 파는 값의 뺄셈입니다
한국전력은 전기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발전은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가 맡고, 한전은 그 전기를 사서 송전선과 배전망으로 보낸 뒤 요금을 걷습니다. 그래서 손익 구조가 단순합니다. 판 값에서 사 온 값을 빼면 됩니다.
문제는 두 값이 따로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사 오는 값은 국제 연료 가격을 따라 매일 바뀌지만, 파는 값은 요금표에 적혀 있어 정부 승인 없이는 바뀌지 않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두 값이 반대로 갔습니다. 연료 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요금은 그만큼 오르지 못했고,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의 누적 영업적자가 47조 8,000억 원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로 보면 2021년 4분기부터 2023년 2분기까지의 영업적자가 45조 8,000억 원이고, 그중 2022년 한 해에만 32조 7,000억 원이 발생했습니다.
연료비 연동제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을 막으려고 만든 제도가 이미 있었습니다. 2021년 1월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입니다. 발전 연료비가 오르내리면 그만큼을 3개월마다 요금에 반영해, 적자가 한꺼번에 쌓이지 않게 하는 장치였습니다.
다만 제도에 단서가 붙어 있었습니다.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반영을 미룰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그리고 그 조항이 실제로 쓰였습니다. 2022년 1분기에 한전이 kWh당 3원 인상안을 냈지만 정부 유보로 조정단가는 0원으로 확정됐고, 이후 분기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 제도를 두고 유명무실하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 결정이 잘못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던 시기였고, 그 덕분에 가계는 몇 년 동안 요금을 덜 냈습니다. 다만 내지 않은 돈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요금으로 걷지 않은 만큼을 한전이 빚으로 메웠고, 그 결과가 47조 8,000억 원입니다.
13조 흑자를 만든 두 가지 — 그중 하나는 우리가 낸 돈
2025년의 흑자는 두 가지가 겹친 결과입니다. 하나는 국제 연료 가격 안정으로 사 오는 값이 내려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의 요금 인상입니다. 한전 스스로도 연료가격 안정, 2024년 요금 조정, 재정건전화 이행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들었습니다.
요금 인상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산업용 평균단가는 2021년 kWh당 105.5원에서 2025년 181.9원으로 올랐고, 최근 3년간 7차례 인상됐습니다. 그 결과 산업용 단가가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159.0원)을 넘어섰습니다. 주택용은 그보다 완만했고 동결된 시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이것은 정책적 선택입니다. 다만 산업용 요금은 제품 원가에 섞여 시차를 두고 물건값으로 옮겨 갑니다. 고지서에는 안 찍히지만 장바구니에는 들어 있는 셈입니다. 부담을 없앤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보이게 옮긴 쪽에 가깝습니다.
흑자인데 왜 빚이 줄지 않나
2025년 결산 기준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를 한 표로 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전력 2025년 결산 — 영업이익보다 부채·차입금 쪽 막대가 압도적으로 큽니다.
| 항목 | 금액 |
|---|---|
| 매출 | 97조 4,345억 원 |
| 영업비용 | 83조 9,097억 원 |
| 영업이익 | 13조 5,248억 원 (+61.7%) |
| 당기순이익 | 8조 7,372억 원 (+141.2%) |
| 부채 총액 | 206조 원 |
| 차입금 | 130조 원 |
| 하루 이자 | 약 119억 원 |
| 아직 못 메운 누적적자 | 36조 1,000억 원 |
영업이익과 부채는 다른 항목입니다. 13조 5,248억 원은 한 해 장사에서 남긴 돈이고, 206조 원은 그동안 쌓인 빚의 총액입니다. 산술적으로만 나눠도 15년이 넘습니다.
게다가 그 돈을 전부 원금 상환에 쓸 수도 없습니다. 하루 이자 119억 원을 단순히 365로 곱하면 1년에 약 4조 3,000억 원입니다. 회계상 금융비용과 정확히 같은 값은 아니고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계산이지만, 한 해 번 돈의 3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이 원금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나간다는 뜻입니다.
한전이 요금 외의 방법으로도 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덧붙여야 공평합니다. 2025년 재정건전화 이행 규모는 3조 6,000억 원이었고, 구입전력비 절감 1조 3,000억 원, 자산관리 고도화와 설계 최적화 9,000억 원, 건설공정·투자시기 조정 5,000억 원, 영업제도 개선과 비핵심 자산 매각 9,000억 원으로 구성됐습니다. 다만 부채 206조 원 앞에서는 작은 금액입니다.
요금으로 걷지 않은 돈은 채권시장이 냈습니다
한전이 모자란 돈을 채우는 방법은 채권 발행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 발행된 한전채는 222개 종목, 총 31조 8,000억 원 규모였습니다. 그해 공사·공단채 발행잔액 증가분 37조 9,000억 원의 71.6%에 해당합니다.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돈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한전채는 사실상 국가가 뒤에 있어 안전한데 금리도 나쁘지 않으니, 이런 채권이 쏟아지면 투자자는 그쪽으로 갑니다. 실제로 채권 발행시장에서 한전채가 차지한 비중은 2021년 9%에서 2022년 29%로 뛰었고, 같은 기간 일반 회사채 발행량은 약 30% 줄었습니다. 경제학에서 구축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요금을 올리지 않은 것이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고지서에서 덜 낸 만큼을 한전이 채권으로 빌렸고, 그 채권이 시장의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청구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통로를 바꿔 돌아왔습니다.
2028년, 한전채 발행 한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여기서부터가 지금 요금을 못 내리는 진짜 이유입니다. 한전채는 무한정 발행할 수 없습니다. 한국전력공사법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몇 배까지만 발행하도록 한도를 정해 두고 있습니다.
2022년 말 법이 개정되면서 원래 2배였던 한도가 5배(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 시 6배)로 한시 확대됐습니다. 핵심은 한시라는 말입니다. 이 조항은 2027년 말에 일몰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발행한도 90조 5,000억 원이 2028년부터는 36조 2,000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업계에서 사채 절벽이라고 부르는 상황입니다.
한도의 기준은 자본금과 적립금입니다. 적립금은 이익을 쌓아서 만듭니다. 그러니 계산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요금을 내리면 이익이 줄고, 이익이 줄면 적립금이 쌓이지 않고, 적립금이 쌓이지 않으면 2028년 이후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듭니다.
즉 지금의 요금 동결은 지난해 성적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2027년 말이라는 날짜에 대한 준비입니다.
우리 집 고지서에서 확인할 것
실용적으로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앞으로 몇 년 동안 전기요금 인하를 전제로 계산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료 가격이 더 내려가더라도 그 이익은 요금 인하보다 부채 상환과 적립금 적립에 먼저 쓰일 이유가 분명합니다. 냉난방 설비 교체나 태양광 설치를 검토하실 때 회수 기간 계산에 인하를 넣지 않는 쪽이 보수적입니다.
둘째,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단가가 아니라 사용 구간입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누진 구조가 있어 사용량이 일정 선을 넘으면 그 넘은 부분부터 더 비싼 단가가 붙습니다. 구간별 단가를 이 글에서 숫자로 적지 않은 이유는 값이 개정될 때마다 바뀌기 때문입니다. 대신 확인 방법을 적습니다. 매달 오는 검침 고지서에 이번 달 사용량과 적용 구간이 표시돼 있고, 한전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현재까지의 사용량과 예상 요금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집이 구간 경계 바로 위에 걸려 있다면 조금만 줄여도 요금이 눈에 띄게 내려가고, 경계에서 한참 아래라면 같은 노력의 효과가 훨씬 작습니다.
셋째, 기사를 읽는 기준이 하나 생깁니다. 전기요금 기사에 한전채나 사채 발행 한도라는 말이 함께 나오기 시작하면, 요금 결정의 무게중심이 물가에서 재무로 넘어갔다는 신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전이 흑자를 냈는데 왜 전기요금 인하를 하지 않나요?
영업이익 13조 5,248억 원은 한 해 실적이고, 부채는 206조 원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이자만 약 119억 원이며 2021~2023년 누적 적자 중 36조 1,000억 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2027년 말 한전채 발행 한도 확대 조치가 끝나기 때문에, 이익을 쌓아 적립금을 늘려야 2028년 이후에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연료비 연동제가 있는데 왜 요금이 자동으로 조정되지 않나요?
제도에 물가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반영을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실제로 여러 분기에 걸쳐 발동됐습니다. 2026년 3분기에도 계산상 필요조정단가는 kWh당 −3.4원이었지만 조정단가는 +5원으로 유지됐습니다.
산업용과 주택용 중 어느 쪽이 더 올랐나요?
산업용입니다. 산업용 평균단가는 2021년 kWh당 105.5원에서 2025년 181.9원으로 올라 최근 3년간 7차례 인상됐고, 사상 처음으로 주택용 평균단가 159.0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산업용 인상분은 제품 원가를 거쳐 소비자 물가로 옮겨 가므로 가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출처
- 한국전력 — 2025년 결산 실적 발표
- 시사매거진 — 한전, 지난해 영업이익 13.5조원 · 206조 부채 이자만 하루 119억
- 뉴스핌 — 한전, 작년 영업이익 13조 5248억 사상 최대
- 자본시장연구원 — 특수채 발행 확대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한전채 발행 급증 사례를 중심으로
- 이데일리 — 한전, 5조 흑자에도 내년 말 한전채 절벽 예고
- 파이낸셜뉴스 — 3분기 전기요금 동결,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연료비 연동제 도입
- 전자신문 — 3분기 전기요금도 인상 유보, 유명무실한 연료비 연동제
- 전자신문 —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3년간 7차례
- 한국전력 온라인 — 전기요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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